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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킬러문항과 사교육 카르텔을 없애고 공정한 수능과 세무조사까지

by 녹색글 2023. 7. 5.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하면서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이란 말인가라며 카르텔이라는 의미로 지적했다고 대통령실이 설명에 나섰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수능 당사자인 학생을 비롯한 교사를 포함해 교육계에서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부터 시작해 오늘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고 교육소비자로서 짚어야 할 부분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수능 논란의 발단 그리고 이빨이 맞지 않는 듯한 발표

 

출처 교육부

 

올해 초 모의평가의 난이도를 낮추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6월 모의 평가가 어렵게 출제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통령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 이번 논란의 발단입니다. 그로 인해 담당교육부 국장이 교체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도 사임을 했습니다.
대통령의 이와 같은 말은 수능의 난이도를 낮추라는 의미로 해석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교육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씀하였습니다."라고 말하며 수업을 열심히 따라가면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4시간 뒤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수정하는 공지를 내놓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공교육 교과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
  •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등을 출제하면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 윤석열 대통령 曰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 라며 질타했다.

위와 같은 대통령실의 취지는 사교육을 해결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혼선이 가중된 만큼 앞뒤가 맞지 않는 판단과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더구나 이주호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께 배운다"는 발언을 한 것에 동조한 박대출 의원은 "대통령은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의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며 아부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당정이 청에게 아부하는 꼴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3년 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을 공개했으나

담당국장과 원장을 한 번에 갈아치운 이 킬러문항이 문제 되자 3년 치 킬러문항 22개를 공개했습니다. 교육부는 앞으로 수능에 킬러문항을 내지 않는다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사교육 경감대책에 포함된 수능 관련 주제들을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또한 아래에 교육부 자료를 첨부해 놓았으니 다운로드하시면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 공정한 수능 평가 실현
  • 학교교육 본질에 부합하는 수능 출제로 개선 - 개념중심
  • 수능 사교육 카르텔 집중 대응 - 부조리 신문고 접수 / 카르텔 부조리 범정부 엄정 대응
  • 공정한 입시체제 구축 - 대입 수시평가의 공정성 강화 / 공교육 내 입시컨설팅 강화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문제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들에게 유리해 공교육 과정 내에서 성실하게 학습한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도 말했는데요 교육부는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9월 모의평가부터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출제를 해도 적절한 변별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쉬운 수능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사교육경감대책 및 킬러문항 다운로드

 

                                     
                                           



그러나 교육계는 공개된 킬러문항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대학교육을 받지 않고는 풀 수 없는 문제다'부터 시작해 '정답률 30%를 넘기는 문제가 어떻게 킬러 문항이 될 수 있나'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심지어 EBS와 연계하여 출제한 문항도 킬러문항으로 소개하고 있어 킬러문항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도 없는 상황에 혼란만 야기시켰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킬러문항이 대형학원과 일타강사를 세무조사하다

대통령이 발언한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카르텔이냐고 질타한 내용의 파장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킬러문항이 존재하게 되면 배 두드리며 웃을 사람들은 사교육시장의 강사들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킬러문항을 내게 되면 사교육시장의 카르텔이 더욱 곤고해질 거라는 논리죠. 또한 얼마 전 수능 시험 강사가 수능 출제 관계자를 만났다고 하는 제보가 있어 경찰이 조사에 나선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지난달부터 국세청이 메가스터디와 종로학원 등 대형학원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오늘은 대성학원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기사까지 접할 수 있었습니다. 대형 학원뿐만 아니라 일타강사에 대해서도 칼날이 향하는 중입니다. 메가스터디 현우진 강사도 사전 통보 없이 세무조사가 이루어진 것을 보면 전방위적으로 세무조사와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일타강사들의 강의료는 얼마?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은 현우진 강사의 연봉이 200억 원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타강사를 악마화시키는 데에 충분했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손을 잡고 카르텔을 형성해서 그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논리였습니다. 그렇다면 "일타강사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얼마만큼 고액으로 판매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타강사들의 교재를 포함한 강의료는 그리 비싸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고액을 받아서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수능에 최적화된 강의를 많은 학생들이 수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메가스터디에 들어가면 강의료를 확인할 수 있는데 고액강의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사교육카르텔이라고 오해받는 메가스터디 강의

 

 

일타강사들의 온라인 강의의 유익함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타강사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노량진이나 서울역 등을 찾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야 했습니다. 또는 카세트 테이프를 빌리거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수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날로그적 수험생활이 전부인 시대였죠. 심지어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학원에서 밤을 새우며 접수창구 앞에 대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타강사들의 강의를 나의 컴퓨터 앞에서 들을 수 있다는 획기적인 수험시대가 찾아온 것이죠. 이 상황은 서울에 사는 수험생들보다는 지방에 사는 학생들에게 너무나 혁명적인 상황으로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전국에 있는 학생들의 입소문이나 강의평가로 인해서 일타강사라는 인물들이 속속 출현하게 되었고 그 일타강사들은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일타강사를 악마화하기보다는 양질의 강의를 저렴한 금액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가면서 수강할 수 있다는 유익함에 더 비중을 둘 수 있겠습니다.

 

 

 

 

 

 

킬러문항을 없애면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나

지금까지 중위권과 상위권 그리고 최상위권을 구분하는 수단이 바로 초고난도 문제였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비고사 본고사시절부터 학력고사를 거쳐 수능에 이르기까지 매번 대입고사가 끝난 후의 저녁 밥상머리 앞에서는 대입문제의 난이도와 변별력의 관한 보도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어려웠다.' 또는  '너무 평이해서 변별력에 실패했다.' 등 무성한 말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킬러문항을 없애면 후자의 경우처럼 너무 평이해서 변별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크게 낳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떻게 변별력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부의 답은 구체적이지 않고 소위 "출제기법 고도화로 변별력을 확보하겠다"입니다. 공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면 풀 수 있다는 문제가 누구나 풀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공교육 범위 내에서 충분히 문제를 꼬아서 어렵게 낼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수능이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나 출제에 대한 구체적 방침이나 방법이 없는 와중에 학생들은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5개월은 불과 150일 밖에 되지 않습니다.

 

 

 

 

킬러문항을 없애면 사교육이 없어지나 (feat. 자사고, 외고, 국제고)

킬러문항을 없애면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더 이상 내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 킬러문항을 없앤다는 말은 결국 조금 더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만듭니다. 결국 변별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작은 실수하나가 등급하락을 크게 가져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최상위권 학생들보다는 상위권 학생부터 중상위권 학생들의 점수의 편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학생들이 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벌써부터 학원가에서는 준킬러 문항을 열심히 풀자라는 광고로 원생들을 모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준킬러문항을 잘 풀어야 하는 형편이 바로 지금의 수능인 셈이죠.
또한, 사교육을 경감하자면서 자사고와 외고를 존치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도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자사고와 외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결국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사교육경감이라는 직진성 대책에 후진기어를 넣고 있다는 질타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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